이 녀석이 없이는 한국 아케이드 게임의 부흥기도 없었을 것이다. 수많은 파생상품(내지는 좋게 말하면 클론. 나쁘게 말하면 짝퉁)들을 만들어내고, 사회적 이슈로까지 대두됐던 문제작(?).
'연주'에 이어서 스텝을 통한 '춤'이라는 개념을 개임 속에 도입하여 다시 한번 게임의 새로운 영역을 창조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DDR 되시겠다.
코나미는 게임업계의 총체적인 불황기, 그리고 보잘것없는 인기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아케이드판 새 시리즈를 내놓았다. 그렇게 내놓은 것이 벌써 8차까지! 많은 분들은 모르시겠지만 매니아들만큼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돈'이 안 된다 싶으면 가차없이 접어버려 결국에는 '쉰반찬'을 만들어버리는 국내 게임업체들의 얄팍한 마인드에 비하면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1st-1998년 발매

스타워즈에서 그랬던가. '모든 전설에는 그 시작이 있다'고. DDR의 유구한 역사의 시작은 바로 이것이었다. 지금 1st는 일본에서도 대단히 드물게 보이는 상태. 단지 그 모습을 PS판(99년 4월 10일 발매)으로 맛보기 정도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수록곡은 11곡. 이 속에는 우리의 귀에 많이 익숙한, 또한 DDR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곡인 'butterfly', 그리고 오리지널곡 3곡 중 극악 난이도의 파라노이아 형제의 맏이. 'PARANOiA', 지금까지 각종 리믹스 버전으로 그 명맥을 줄기차게 이어가고 있는 'TRIP MACHINE', 많은 DDRer들이 지금까지도 입에 달고 다닐법한 익숙한 멜로디의 'MAKE IT BETTER'가 수록됐다.

최근의 시리즈들에서는 난이도 선택이 자유롭게 되기는 했지만 이 때만 해도 난이도는 모드 선택 화면에서 발로 커맨드를 입력해 주어야만 꺼내는 것이 가능했다. 또한 한번 건 모드는 풀 수도 없으니 이건 그야말로 '빼도 박도 못하는 꼴'이 아닐지. 또한 시퀀스에 영향을 주는 모드라고는 미러 모드 정도. 그것도 미리 조합되어 있는 것을 고르는 것밖에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건 숨겨진 모드를 풀어내고 선택하기까지 30초정도의 시간밖에는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 생각만 해도 엄하지 않은가!

'음악이 흐르고, 기체에서는 라이트가 빛나고. 화면에서는 화살표가 흘러가고 배경 애니메이션(BGA)과 함께 폴리곤 캐릭터가 춤춘다'는 DDR의 기본은 여기서 정착됐다. 여기 등장한 캐릭터는 아후로(AFRO)와 레이디(LADY). 한번 보면 알겠지만 게임 캐릭터 치고는 좀 디테일한 면이 많다. 이게 영 분위기를 깬다고 생각했는지 4th 때부터 코나미는 캐릭터 컨셉을 철저한 카툰풍으로 전환했다. 물론 리얼계보다는 훨씬 낫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 또한 배경 애니메이션은 차기 버전인 2nd와 비교해 보면 좀 거칠다. 라이브러리가 좀 빈약해서인지 곡의 분위기와 다소 맞지 않는 그래픽이 튀어나오는 것도 약간의 마이너스 요인.
PS판 DDR 1st에는 숨겨진 곡 및 모드도 꽤 등장했었다. 그 출현조건은 대부분 '특정 곡수 이상 플레이. 모든 숨겨진 모드 및 곡을 다 꺼내려면 적게는 노멀 모드 10회 클리어, 많게는 700곡 플리어까지 달성해야만 꺼낼 수 있는 곡도 있다. 이렇게 숨겨진 곡을 꺼내 새로운 플레이를 즐기기 위한 '근성'은 결국 여기서 시작된 것이다.
모든 것이 지금에 비하면 엉성하고 거칠기만 하다. 하지만 '처음'이 아닌가. 댄스게임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개척. 그것이 DDR 1st가 개척한 98년의 가치가 아닐지.

HAVE YOU NEVER BEEN MELLOW -OLIVIA PROJECT
올드 팝 팬이라면 당연히 기억할만한 희대의 아이돌 올리비아 뉴튼존. 그 매력있는 목소리를 완벽하게 재현해 냈다. DDR에 오랫동안 익숙하지 못했던 분들이라면 굉장히 오래 기억하고 있을 법한 한 곡. BASIC은 DDR의 기본 중의 기본을 한데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시퀀스 구성을 갖고 있다. 처음엔 상하좌우 단채보, 그리고 한박 간격의 연속. 양발밟기에 이은 교대밟기. 그리고 응용동작으로 베이직턴까지 모아 둔 것이 그야말로 DDR의 진수 중의 진수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게 TRICK을 넘어서 MANIAC으로 넘어가면 반박이 조금씩 등장하는 중급 난이도의 시퀀스. 초급에서 초중급까지의 플레이어들이 무리없이 도전할 만한 곡이 바로 이 곡이다! 하고 말할 수 있겠다.
THAT'S THE WAY (I LIKE IT)-KC&THE SUNSHINE BAND
한국에서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이 곡을 해볼 수 없었을 것이다. 3rdMIX의 2ndMIX 모드에서야 이 곡을 해볼 수 있는데 제목만 보면 낯설겠지만 들어 보면 꽤 귀에 익은 곡일 것이다. 'That's the way / I like it' 하는 프레이즈는 70's 디스코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고고장'에서 분위기를 한껏 달아올렸던 곡으로 기억하고 잇을 듯.
스텝은 역시나 저난이도곡 답게 단채보와 양발밟기 위주의 간격 넓은 시퀀스가 집중돼 있다. 디스코 풍의 퍼포먼스에도 꽤 적합할만한 곡.
KUNG FU FIGHTING-BUS STOP
이 곡 역시 한국에선 다소 늦게 선보인 곡. 이 곡은 퍼포머들에게 특히 유명하다. '쿵후'라는 제목 속에 담긴 의미에 걸맞게 구령소리 하며 전반적인 사운드까지 이소룡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이미지를 담고 있다. 화면 속 날아차기와 게이지에 가려서 잘 안 보이겠지만 'ACHAAAAA!'에도 주목을. 한때 신은경이 등장한 국민신용카드 CM에도 나왔었다(얼마 안 가 사라졌지만).
BUTTERFLY-SMILE.dk
'아이야이야' 이 곡이 없었다면 한국의 DDR 신드롬 또한 없었다! 초급 난이도의 단순한 스텝을 갓 뗀 DDR 초년생들에게 도전의지를 불태워주었던 곡이 바로 이게 아니었을지. 간격 없는 연속밟기와 양발밟기가 적절히 섞여 있는 BASIC 시퀀스는 그 심플함에 수많은 퍼포머들의 도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여기서 필자는 최초로 퍼포먼스라는 걸 해볼 수가 있었다. 지금의 나를 만든 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즛.
LET'S GET DOWN-JT PLAYAZ
이 곡도 한국판에는 3rd에서 등장했다. 'Celebrate'이라는 우리 귀에 꽤 익숙한 넘버를 재구성한 곡으로 중반부와 종반부의 리듬 시퀀스에 정확히 맞춰진 채보는 흥겨움을 더해준다. 아쉽게도 DDR을 많이 해 온 사람들에게서도 이 곡은 그다지 많이 선택되지는 않는다.
MY FIRE- X-TREME
BASIC 스텝의 난이도가 슬슬 중급으로 올라가는 곡이 바로 이것. 후반부에 등장하는 난데없는 반박자는 이 곡을 만만하게 본 햇병아리들에게 '폭사'라는 가슴아픈 경험(?)을 안겨줄 법도 했으리라. 역시 이 곡도 리메이크곡이다.
LITTLE BITCH-THE SPECIALS
펑크인지 로큰롤인지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장르. 가사 또한 좀 '더럽다'. 하지만 신나는 건 어쩌겠는가. 그리고 여담이지만 3rd의 2ndMIX 모드에 등장하는 이 곡에는 샘플 링크데이터가 들어있다. PF-BITCH라는 이름의 이 샘플 링크데이터는 '중심 있는 반박자'에 대비한 하드트레이닝에 더없이 좋은 곡이다. 반면, '화살표 군단'들이 반박자 간격으로 쉴새없이 밀려드는 만큼 조금이라도 박자가 어긋나면 '폭사'의 불명예를 안을 수도 있는 '악성 스텝'중의 하나.
STRICTLY BUSINESS-MANTRONIK VS EPMD
스킬 계열의 퍼포머들이라면 이 곡은 들림없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돌아가는' 스퀀스는 발모으기 현상을 보이는 초보들에게는 압박으로 다가왔을 것. 게다가 반박자 중에 채보 위치의 이동이 일어나는 소위 '회전반박자'가 최초로 등장하는 곡이 이 곡이다. 슬슬 중급에서 중상급 정도로 넘어가기 위한 과정 중 하나라고 보면 될 법한 곡. 이 곡의 아티스트인 MANTRONIK과 EPMD는 클럽계에서 꽤나 잘 알려진 DJ와 래퍼라고 한다.가깝게는 영화 '블레이드'에 다른 버전의 이 곡이 들어있으며 요즘도 큰 파티 이벤트 같은 곳에서 둘의 현란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으니 Electronica에 관심이 있다면 다른 곡들도 구해 들어보길 권하고 싶다.
MAKE IT BETTER-MITSU-O!
'잘 해 보자'는 제목에 걸맞게 곡 자체의 분위기는 매우 밝다. 어울릴 계절이라면 여름. 그래서 2ndMIX에는 아예 비치 풍으로 재구성된 'So-Real MIX'가 들어있다. 난이도는 중급 수준인데 베이직과 매니악 사이에 난이도 차이가 가장 많이 나는 곡 중의 하나다. 반박자 출몰 횟수부터 확실하게 차이가 나니까. So-Real MIX는 더더욱.
PARANOIA-180
이것을 빼놓고 DDR을 논하지 말라! 파라노이아. 많은 스테퍼들의 도전의 대상이 됐던 곡이다. 180이라는 속도가 일단 압도하고, 베이직부터 만만치 않은 난이도는 혀를 내두르게 할 것이다.
이 곡의 베이직 모드로 퍼포먼스를 보여주던 사람들도 있었지만..글쎄다. 이 곡은 퍼포먼스용이라기보다는 스텝 내지는 스코어어택용에 더 적합할 텐데. 용기있는 용도변경(?)을 취하신 그들의 용기에 늦게나마 박수를 보내고 싶다.
TRIP MACHINE-DE-SIRE
역시 지금까지 지나 오면서 상당한 파생곡을 탄생시킨 TRIP MACHINE의 원조. 또한 DE-SIRE 레이블에서는 이 이후로 많은 시도가 있었다. 정글과 같은 다소 낯선 장르를 트립머신에 접목시켰는가 하면 3rd 부터는 아예 에스닉(민족음악)을 댄스화시키려는 노력까지 보였다. 그 시도의 첫발인 이 곡은 베이직 난이도부터 다소 엇거는 박자 때문에 곤혹스러울만한 시퀀스를 갖고 있다. 게다가 곡 전반에 풍기는 분위기도 제목에 걸맞게 다소 어둡고 음침하다.